좋은 상태는 아니다

계속 비가 온다. 지난 며칠동안 비가 오는 걸 보고 이제 다시는 지난 몇 주 만큼 더워질 수는 없겠구나 했는데, 급기야 오늘 비로 여름이 좀 싱겁게 끝나버렸다는 느낌까지 든다. 물론 앞으로도 더운 날은 있을 것이나 그게 여름날은 아닐 것이다. 시간 잘 간다. 그리고 여름 내내 시험만 보고 지낸 느낌이 든다.

그렇게까지 여유가 없었느냐 하면, 뭐 그렇지도 않지만.

무릎을 구부릴 수 있게 되고 일반적인 운동을 시작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로 자전거를 좀 타고 다녔다. 보조기를 달고 자전거를 타는 모양은 좀 해괴하고 불편하지만 그래도 두달 반 만에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때는 제법 감격했고, 생각보다 무릎이 많이 망가지지는 않았기에 2년 정도면 완전히 예전처럼 될 수 있을 것 같다. 만날 집에만 있다보니 쓸 일이 거의 없어진 노트북에 우분투를 깔아보았다. 난생 처음 16비트 컴퓨터를 만져보았을 때의 느낌이랄까, 처음엔 참 맨땅에 헤딩스러웠지만 조금은 동서남북 구분이 가기 시작한다.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2년만에 본 토익시험 점수가 940점을 넘어버렸다. 맙소사, Reading Comprehension은 무려 만점이다.

인튜어스 3로 타블렛을 바꾸고 나서 그림을 한 장도 그리지 않았다. 쓰려고 했던 글들을 쓰고 싶던 마음이 어디갔는지 묘연하다. 시험이 끝나면 읽겠다고 사다가 쌓아놓은 책이 읽히질 않는다. 시험이 끝나면 하겠다고 사다가 쌓아놓은 게임이 좀 땡기질 않는다. 두 달 넘게 요리다운 요리를 해 보지 않았다. 에폭시 퍼티가 굳어서 버렸다. 음악소리가 시끄러워서 틀어놓질 않는다. 먹고 싶은 음식이 맥주밖에 없다. 가끔씩 담배를 끊고 채식주의자가 되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명박이 대통령이다. 이래 저래 이건 좀 안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잔뜩이다.

아마도 슬럼프인것 같다는 생각은 드는데, 한편으로는 뭐라도 하던 일이 있어야 그게 잘 안된다는 의미로 슬럼프 운운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하여, 그냥 좀 요새 가라앉는 느낌이다… 정도로 마무리 해야 하겠다. 도무지 글이 두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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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on “좋은 상태는 아니다
  1. ScrapHeap말하길

    스머프 좀 잡았남.

  2. WoKi말하길

    내가 기억하는 한, 가가멜이 스머프를 잡겠다고 난리를 친 이유는 둘 있어. 1. 스머프를 금으로 만들 수 있다. 2. 스머프 수프는 천하진미다.
    설정상 스머프의 신장은 사과 세 개를 쌓아놓은 크기고, 스머프 마을에는 100명의 스머프가 살지. 이게 할아버지 스머프와 스머페트, 꼬마스머프와 아기스머프, 기타 모험스머프와 야생스머프 따위를 합한 숫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군. 아무튼 스머프의 체중과 체적 역시 사과 세개와 비슷하다면 가가멜이 얻을 수 있는 금의 양과 스머프 수프의 양은…
    아냐. 됐어. 스머프 필요 없다구. 공연히 성질을 낸 이상 그 대상을 너무 깊이 파고들면 못 쓰는 법. ‘공연함’에서 벗어나면 안되지.

  3. GB말하길

    무릎이 좀 괜찮아지셨나 보네요.
    사실 저도 얼마전 무릎이(정확히는 무릎 옆 인대가) 아파서 골골댔지요.

    본론은 밑에 있는 넋두리 같은데 묘하게 토익점수에 눈이가는걸 보면 저도 어쩔 수 없는 나이인가 봅니다.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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