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을 써 봤다. 아니, 이 글도 크롬 위에서 쓰고 있다. 크롬은 거의 아름답다.
작고 빠르고 어쩌고 저쩌고… 다 좋은데, 솔직히 나는 구글을 그저 좋아하기 힘들다. 차세대 MS가 될 소지도 다분해 보이니까. 하지만 이번에 나온 크롬은 솔직히 좀 열광하고 싶을 정도다. 순 문돌이 계통의 경력밖에 없는 나도 이 물건의 기술적 혁신이랄까, 그런 게 느껴질 정도니까.
일단, 어느 탭, 어느 창에서 브라우저가 맛이 가도 크롬의 경우 문제된 ‘그 탭’만 죽는다. FF도 IE도, 사파리도, 뭔가의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가 물귀신이 되어서 브라우저 전체를 물고 모든 창과 모든 탭을 에러로 인한 종료로 몰아넣는다. IE의 경우 이런 에러는 종종 시스템 전체를 물고 죽기 때문에 리부트 외에 답이 없다.
하지만 크롬의 경우 ‘물에 빠진 탭’은 혼자 죽는다. 일단, 오로지 이것 만으로도 한번에 창 5~7개씩 열고 검색하는 나에게는 복음이다.
크롬의 문제는, 다이렉트 엑스 천지인 ‘우리나라의 돈 쓰는 사이트’에서 거의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경험한 바로는 플래시 관련한 문제도 약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외의 경우, 특히 자바 스크립트가 돌아가는 사이트의 경우, 당황스러울 정도로 빠르고 안정적이다. 이렇게 블로그에 글쓰기도 유례없이 쾌적하다.
크롬 소개 페이지에는 크롬 소개 만화가 있다. 번역하고 싶은데, 도대체 해도 되는건지 어디다 물어야 할 지 모르겠다. 구글에 문의 넣기가 이렇게 힘든 것인줄은 처음 알았다. 이래 저래 찾아는 봤지만 정작 번역이나 저작권 문의를 위한 이메일 주소가 어딨는지 결국 못 찾았다. 일단은 나의 무능이 빚은 결과인데, 한편으로 구글은 은근히 이런 구석이 많기에 나는 구글 만세를 부를 수가 없다. 아무튼 나름대로는 음흉한 놈들이다.
더구나 크롬이라니… 버닝 크롬의 크롬인가? 무섭잖아 이거…
그래서인지 액티브 엑스를 지원하려고 준비중이라고 좌담회에서 밝혔다고 하더라고요.
최대 희생자가 불여우가 될 것 같다는 관측도 꽤 다분한지라, 어떻게 될지 (말 그대로) 지켜만 보는 중입니다.
내가 보기에도, 브라우저 시장이 제로섬이라면 이 시점에서 밀려나는 건 FF야. 크롬의 DX 지원 계획은 나도 들었어.
크롬이 DX 지원을 하게 되면 거의 돌이킬 수 없게 되겠다는 느낌도 있어.
FF의 존재 이유가 사라질 수도 있거든. 크롬도 오픈소스인데다, 크롬의 개방성이 더 커…
FF의 코어에는 자바가 있는데, 자바는 아직 썬에 묶여있는게 사실이거든. 하지만 크롬은 그걸 벗어난 모양이야.
(프로그래밍을 잘 몰라서 확실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데, 내가 읽어본 결과 개념상으로 그렇게 이해했어.)
진짜 무서운 부분은, 정말로 가볍다는데 있는 것 같아. 난 크롬이 뭘까 호기심을 갖는 순간 사용자가 되어버렸거든.
어쩌다 ‘설치’를 눌렀는데, 다운로드하고 설차히는데 10초도 걸리지 않았다네.
설치 뿐 아니라 사용 과정에서도 그런 분위기였지.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거의 무게를 느낄 수가 없어.
발표 하루만에 점유율 5% 이상… 따위의 말은 그렇게나 가볍기 때문에 나오는 통계일 것이고.
크롬은 좋은 물건이야. 하지만 난 정말이지 구글이 무서워.
오히려 개인적인 차원에선, 크롬을 안 쓰는게 ‘옳은’ 것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야. 입장 곤란하다니까.
그런데 일단, 나는 ‘함 써 보라’고 하고 싶은 입장이야.
다운로드도 설치도 간단하고, 이건 한 번 볼 만 한 것 같거든. 개념이 다르다… 는게 와 닿으니까.
인생 재밌는 쪽에 올인. 기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