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똥 Melon Player

나는 기본적으로 CD를 사서,  MP3로 인코딩을 한 뒤 MP3P로 음악을 듣는 인간이다. 직접 인코딩한 MP3 아니면 잘 안 듣는다, 아니, 잘 안 믿는다고 하는 편이 옳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같은 입력이 들어가면 같은 출력이 나오는 것이 상식적으로는 당연한 일이지만, MP3 인코딩이란 게 희한한 요소가 좀 많은지라, 대충 인코딩을 하면 이런 저런 문제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실 MP3의 음질이 좋지 않다는 의견은 대부분 인코딩 과정에서의 불찰이나 플레이어 차원의 한계(그러니까 DAC)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본다. 아무튼 세심하게 인코딩 된 VBR, Q=2 정도의 MP3 파일은 실질적으로 (다시 말해 음악적으로) 소스와 구별할 수 없거나 구별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고, 이상의 의견에 격렬히 항의할 사람들과 기타 적당히 항의할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겠지만, 그러한 태도에 대해 반감이야 있을지언정 딱히 불만은 없다. 그러한 항의와 내가 듣는 소리에 무슨 관계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런 미디어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야말로 음악에 대한 모독이야!’ 같은 헛소리들을 제하면 반감조차 별로 없다. 음악감상은 아무래도 주관적인 만족감이라는게 전부는 아니라도 중요한 거 아니겠나. 게다가 내가 앞에 내세운 VBR, Q=2라는 기준도 결국 주관적인 기준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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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런 것과는 상관없이, 빛 좋은 개똥인 ‘Melon Player’라는 물건에 대한 욕을 하기 위해 씌여지고 있다. 덤으로 Melon과 SKT 욕도 좀 하게 되겠구먼.

최근 산 휴대폰에는 MP3 재생기능이 붙어있(는 척 한)다. 그걸 바라고 산 건 (거의) 아니었지만, 그런 기능을 보니 살 마음이 더 든 건 사실이다. 아무튼, 어디 그러면 소리가 어떤가, 하고  MP3 파일을 좀 넣어볼까 했는데,

일단 컴퓨터에 그 ‘멜론 플레이어’라는 게 깔려있어야 한단다.
예쁘지도 않은 프로그램이라 싫지만, 일단은 눈 딱 감고 다운받아서 깔았더니
ID와 password를 넣어야 한단다. 그러니까 가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
그냥 집에서 프로그램 돌리기만 하려고 해도 사이트 접속이 되어야한다는 말씀.
소문을 듣자 하니, 가끔 멜론 사이트가 맛이 갈 때면 이 프로그램은 그냥 바보도 못 된다고 한다. 실행이 안 되니까.
아무튼 이런 양아치같은 분들에게 개인정보 새는 게 짜증나서 가입은 그만 뒀다.

여기까지가 두달 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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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오디오 북을 듣다보니까 아무래도 검색기능이 있어야겠길래 다시 한 번 시도해 보았다. 꾹 참고, 개인정보 넣었더니 이번에는 휴대폰 인증을 받으시란다. 이걸 하면 이제 고객님께서는 자유롭게 멜론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업체 측에서는 나의 자유와 더불어 자유롭게 내 휴대폰 요금 청구서에 숫자를 더할 수 있으신 것이고.

뭐, 안 쓰면 되지. 나야 내 음악파일만 폰에 넣을 것이고, 니네 서비스는 이용 안 하실테니까… 하여, 일단 가입했다. (실은 처음에 휴대폰 인증은 안 했었는데, 그랬더니 니는 휴대폰이 없으시니까 파일 전송 안해준다길래 순순히 인증을 했다.)

자, 이제 폰에 음악파일을 넣어 보자…
그런데 개인이 가지고 있는 MP3파일은 DCF라는 파일로 변환을 하셔야 한단다. 이는 곧, MP3 파일에 모종의 헤더부분을 더해서 불법복제를 막을 수 있게 만드는 조치로서, 사악한 불법 MP3 파일 사용 불한당들로부터 SKT의 순결성을 지키기 위한 조치인 모양이다. (변환과정 안내창의 말투는 굉장히 짜증난다.)

웬걸. 아무튼 나도 착한사람이니까 (혹은 처벌이 두려우니까) 그렇게 하지요.
그런데  MP3파일을 DCF로 일괄변환은 할 수 없게 되어있더구만.
그러니까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하나… 씩 하면 되게 되어있다.
내가 방법을 몰라서 그런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고, 원래 안 되게 되어있다.
게다가 이것 보라지, 파일 하나씩 바꿔주면서 확인버튼은 몇 번을 누르게 하는 건가?

야, 이러면 곤란하지. iTunes에서 세어 주기로, 내 MP3파일은 7372개란 말입니다. 우리 집에 마우스 클릭 서비스요원이라도 파견해 주든가. 게다가 변환과 동시에 폰으로 보내주지도 않는 관계로, 고스란히 DCF 용량만큼의 공간, 곧 ‘MP3파일용량 + 알파’ 만큼의 여유 저장공간이 필요하다. 역시 곤란하다. 하드를 사 주든가. 게다가 이것들, 말이 다르잖아. 아까는 ‘DCF 규격상 문제로, VBR파일은 재생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라더니, 슬쩍 ‘DCF 규격상 문제로, VBR파일은 재생이 불가능합니다’라는구먼.

이 복잡한 과정을 보여주면서 프로그램 도움말이랍시고 하는 말이, ‘변환하기 귀찮으시죠? 이렇게 귀찮은 변환 없이 Melon에서 파일을 다운받으시면 간편… 지금은 전국민 한달 무료 서비스…’ 운운. 마지막으로, ‘이 모든 혜택에도 불구하고 파일을 변환하시려면 아래를 클릭’ 이라던데.

그래서 지우고 탈퇴해버렸다. 여기까지가 어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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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내 감상은 이렇다.

1. Melon이랄까 SKT랄까, 아무튼 그게 그거인 이 놈은, 구입자가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산 핸드폰의 MP3 재생기능을 정상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구입자를 적극 방해하고 있다.

2. 명백히 MP3폰의 마케팅과 가격 책정은 그 기기를 통한 MP3재생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가며 이루어지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보유한 MP3 파일을 사실상 사용할 수 없게 프로그램적으로 술수를 부려놓는 것은 순전히 기만이다.

3. ‘MP3파일의 복사와 유포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이,
‘따라서 MP3 제작과 보유, 복사는 범죄적이므로 SKT는 그러한 일을 방해하고 의심하겠다’는 태도를 정당화 할 수는 없다. ‘자동차의 운전 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일개 자동차 회사나 자동차 보험회사가 나서서 자동차의 정상적인 소유와 운행을 방해하고 의심할 권리를 행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미치지 않고서는.

4. Melon Player라는 프로그램 자체의 저열함과, 그 프로그램에 의한 시스템 간섭 및 월권행위는 이루 말 할 수도 없는 모양이다. 이는 시스템에 대한 지식이 있는 다른 여러분들이 많이들 지적해 두셨다.

5. 아아, 짜증나네. MP3 불법복제가 뭐가 잘못이냐, 음악이나 게임같은 거 돈 주고 사는 거 바보 아니냐… 하는 찌질이들 보면 열 받는다. 그런데 그런 놈들 핑계로 꼴에 대기업이란 놈들이 이따위로 구는 건 정말 환장하겠다. 썅. (Melon Player 에서 DCF 파일의 일괄변환을 가능하게 해 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분이 있는 모양인데, Melon측에서는 바로 프로그램 패치를 해서 그걸 막은 모양이다. 그런데 그 패치라는 게 의미도 없는 안내창 하나를 더 띄움으로써 순전히 이 일괄변환 프로그램의 신발에 압정 하나 넣는 격으로 막아버린 것이다.)

6. 이딴 글 쓰게 될 줄 알았으면 어제 지우기 전에 화면 캡쳐나 좀 해 두는 건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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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on “빛 좋은 개똥 Melon Player
  1. 짱~말하길

    너무나도 동감스러운 말이야~. 멜론 저격수가 있어서 원샷에 모두 죽이는 것이 막혀버렸던가? 얼마전에는 되었었는데..
    핸폰 mp3를 안 쓰게 되어버렸다. ㅋ

  2. 동감말하길

    정말로 이런걸접촉하니 기분이 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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