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감상 – 3주차

지난 2월 15일, 일요일 밤에 자카르타에 온 지 벌써 3주가 되었다.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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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나라랑 다르다, 착한데 정 같은게 없다’고들 하지만, 가만히 보면 결국 이 나라 사람들은 감정노동에 능하다는 느낌이다. 적어도 이나라 사람들은 내가 인사하면 굉장히 근사하게 웃으면서 인사해주는데, 그 웃는 얼굴은 지금까지 본 나라들 중 최고다.

2. 적도에 이렇게 가까운데도, 서울, 동경, 싱가폴, 타이페이나 홍콩의 여름과 비교하면 훨씬 쾌적하다. 우기라 그런 것도 있다지만, 우기라고 해도 그렇게 끈적이지 않는다.

3. 자카르타에서 걸어다니기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사실인데, 이렇게 말하면 치안 문제 때문이라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기실 그보다 큰 문제는 실제로 사람이 걸어다닐 만한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인도는 큰 건물을 장식하기 위한 테두리같은 느낌으로만 나 있기에, 있다 해도 어디론가 이어지질 않고, 대체로 도로변에는 인도가 없다고 간주하는 편이 정확하다.

4. 특히 밤에 걸어다니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역시 치안보다도, 가로등이 어둡거나 없고, 도로에 사람 하나 빠질 만한 구멍도 숱하게 뚫려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도시는 걸어다니는 사람에 대한 고려 없이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본 횡단보도 갯수는 한 손에 꼽을 정도고, 이래서는 일단 서식처 주변을 걷거나 자전거로 돌아다니며 파악하는 내 입장에 참으로 난감한 도시라 하겠다.

5. 세속적이라고는 해도 이슬람 국가라, 마트든 편의점이든 맥주나 그 비슷한 도수의 술 외에는 거의 찾기 힘들고 일반 소매점에는 와인도 별로 없다. 돼지고기 또한 상당히 찾기 힘들다. 이 나라의 패스트푸드는 닭 말고 다른 고기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6. 게다가 대체로 이 나라 사람들은 ‘세속적인 이슬람’ 같은 말을 듣기 싫어한다. 이게 보통의 이슬람이라는 거지. 뭐 그 말은 맞는듯.

7. 자카르타의 교통체증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유명하지만, 항상 막히는 건 아니다. 허나 몇 군데 병목이 막히면 그와 연결된 모든 도로가 완전히 선다. 그 여파로 일대의 지선, 간선도로도 완전히 포화된다. 교통량 증가를 유발하는 도심의 주요 지점들을 대형 간선도로 및 도심고속도로와 비슷한 것으로 연결하는 방식의 도로설계는 70~80년대 서구에서 사실상 교통체증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기에 최근에는 교통량을 분산, 억제시키는 방식이 주류라고 들은 적이 있는데, 여하간 자카르타를 보면 대형 간선도로 중심의 도로설계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잘 알 수 있다. 뭐 문제는 그 뿐이 아니지만.

8. 간선이 되었든 골목이 되었든, 포화의 원인은 상당부분 오토바이 때문이기도 한데, 차들이 가지 않고 멈춰있으면 그 사이를 오토바이들이 구석구석 모세관에 물 타고 올라가듯이 채우기 때문이다. 완전히 노면에 공간이 없어질 때 까지 그게 계속되기때문에, 결국 정체의 원인이 사라져도 정체되었던 시간에 비례해서 정체가 풀리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늘어난다. 이런 상황은 일단 대중교통부터 정비해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 같지만, 글쎄…

9. 진실로 동전은 지극히 쓸모가 없다. 미친듯이 쌓이는데 아무리 모아도 변변한 금액이 되질 않는다… 그나마 100, 200, 500루피아 동전은 알루미늄이라 그리 무겁지는 않지만, 이런 식으로 쌓여대면 그것도 무게가 상당하다. 그나마 동전 위폐는 없겠지 싶다.

10. 사람하고 사귄다든가, 연애같은 거 비슷한 것도 해 본지 너무 오래돼서, 확실히 뭔가 감이 굉장히 멀다. 인간관계 문제를 생각하면 도대체 내가 뭘 어쩌고 싶은건지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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