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game을 그만 두며

o-game이라는 웹 게임을 했었다. http://www.o-game.co.kr/
한 3주 했나? 뭐, 그냥 접었다. 시간도 없고, 가만 생각해 보면 내 동생이 하는 거 보고 혹시 재미있나, 해서 시작했던 게임이기는 한데, 결국 결정적으로 재미를 느낀 적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게임이 전제하고 있는 개선 불가능한 제국주의적, 확장주의적 세계에 매력을 느껴본 바도 없고 말이다.

이런 거 보면 내 동생하고 내가 좋아하는 게임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동생 놈은 사실 노가다로 쌓아올리고 이후 물량을 즐기는, 다시 말해 한국인 대다수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게임을 꽤나 좋아하고, 은근히 잘 한다. 여기서 잘 한다는 것은 그 ‘쌓는다’는 부분에 있어서 순서랄까, 법칙 같은 걸 빨리 꿴다는 데 그 요체가 있는데, 이는 스타라면 빌드 오더요 디아블로라면 스킬 찍는 요령이라든가, 하여간 그런 것을 말한다. 녀석은 (녀석도 그다지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닌 듯 하지만) 나에 비하면 게임같은 거 좋아라 하는 친구들도 많은 관계로 온라인 게임 특유의 커뮤니티 활동도 꽤나 즐기는(즐길 수 있는) 편이다. 다만, 놈도 시스템의 우아함 따위를 제법 따지는 관계로 독창성 없는 그냥 패거리 게임(이름 댈 필요 없겠지)은 잘 안 한다. 결국 녀석이 좋아하는 게임은 완성도 있고 치밀한 시스템에다 캐릭터 키우는 맛이 있는 게임인 모양이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항상 예외가 있을 수 밖에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는, 노가다를 전면 부정하는 건 아니라 해도 노가다 그 자체를 과정으로서 즐기지는 않는다. 실은 싫어하지.  나는 게임에 흐름이 없으면 도무지 좋아지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에 그다지 열정이 없는데, 역시 같이 할 사람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뭔가 내 주변이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없어서는 영 맛이 안 난달까. 예로부터 난 어드벤쳐 게임이 좋았고 고리쩍의 롤플레잉 게임들을 들이 파곤 했다. 비주얼 노벨이 게임인가 아닌가에 대한 개념론적 질문은 차치하고, 난 비주얼 노벨도 좋아한다. 아무튼, 렙업 노가다가 필연적인 과정으로서 주어지는 명작 롤플레잉 게임들의 노가다는 인정하고, 좋아한다. 이런 건 합당하고도 정치한 종결로 가기 위해서 우물쭈물 하는 햄릿의 독백만큼이나 중요한 거니까. 한편,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의 노가다나 디아블로 스타일의 노가다는 아무래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디아블로 2를 아직도 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항상 예외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그만한 여러 패키지 롤플레잉 게임들도 무의미한 노가다를 투입하는 건 마찬가지이다. 그런 건 사람이 자기합리화 내지는 귀인(attribution)을 할 수 밖에 없는 종류의 동물이라는 걸 악용하는 처사이다. ‘이만큼 고생했으니까 이 게임의 이 엔딩은 감동이다’하는 혼잣말을 악용하는 거란 말이다.

역시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항상 예외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여 나는 FPS와 조작감 미묘한 단순 액션게임을 굉장히 좋아한다. 좋아하고 말고! 스토리고 뭐고 거의 무의미하다 해도 나는 퀘이크 2에 거의 혼을 팔았던 인간이다. 셥-니구라쓰와 초 거대 염소 녀석의 지긋지긋한 몸뚱이에 마지막 로켓탄을 날리던 때의 쾌감은 필설로 형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아무리 환상적인 레벨 디자인을 내 놓았어도, 아메리칸 맥기스 앨리스의 경우는 맥이 빠져서 아무래도 진득하게 붙어있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FPS도 FPS 나름이라는 이야기이다. 이걸 깨닫기까지 많은 실망이 있었는데, 아무렴, 처음으로 접해본 FPS가 퀘이크 1이었으니 이미 너무 눈이 높아져 있었던 것이다. (그래픽은 후졌어도, 그 이후에 본 둠 1에 대해서는 감탄했었다) 요점은, 나는 아름답거나 훌륭한 게임보다는 치밀하거나 우아한 게임을 좋아한다는 말씀이다.

생각건데, 나와 내 동생 둘 다 좋아하면 거의 명작이라고 봐도 좋다고 여겨지지만, 도대체 왜 여기까지 이야기가 흐른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조금 마신 술과, 방금 때려치우기로 한 o-game에 대한 약간의 실망과, 게임들이 우아했던 시절의 기억이 뒤섞인 결과일 테지. 영감탱이 같군. 빨리 산 안드레아스를 할 수 있게 되어야 할 진데, 사 놓고도 시간이 없어서 못하고 있다 보니까 성질이 나는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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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on “o-game을 그만 두며
  1. 죄송한데요...말하길

    저…..
    o-game 에서 동생하고 당신, 너, 네가 같이 했는데도 블럭을 당하지 안으셨나요??
    저는 형이 자꾸 너 o-game 하면 죽여 버릴 꺼야 막 협박합니다….

  2. WoKi말하길

    ‘동생하고 당신, 너, 네가 같이’하는 게 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요.
    1. o-game측은, 같은 IP에서 두 개 이상의 계정이 접속되는 경우 복수계정으로 보고
    그 계정을 막아버리는 게 원칙입니다.
    2. 그러니까 한 집에서 라우터 등으로 인터넷을 공유하는 두 사람이, 동시에
    o-game을 할 수는 없지요. 원칙적으로.
    3. 그런데 부득히 이러한 사정으로 (한 집에 사는 가족이라든가, 기타) 한 IP에서
    두 사람이 게임에 접속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라면, 관리자한테 이러한 사정을
    메일로 보내서 ‘누구와 누구는 이러저러해서 IP가 같다’고 설명하면 됩니다.
    4. 그러니 귀하의 형님은 귀하를 죽이기 전에 관리자한테 메일을 보내는 게 맞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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