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 - 기묘한 부가(部歌)
February 9th, 2010어거지 농담같은 이야기지만, 모 남자고등학교 브라스 밴드의 부가(部歌) 가사는 다음과 같다.
언젠가 만나본 그 여학생
방긋이 웃어준 그 얼굴(그 얼굴)
사랑과 미소가 너-엄치는
정열에 불타는 눈동자(아-아-)아 왜 내마음 설레일까
방긋이 웃어준 그 얼굴(그 얼굴)
언젠가 만나본 그 모습이
지금도 눈 앞에 삼삼해(애-애-)
이 곡은 박수로 박자를 맞추며 부르는 단순 뽕짝 발라드지만, 2부 화성곡으로서, 고음부와 저음부가 “아 왜 내마음 설레일까”부분에서(만) 나뉘어진다. 전통적으로 목관파트가 고음부, 금관파트가 저음부를 부르며, 이것은 모름지기 전통이므로 이유는 잘 알 수 없다. 남자는 금관! 이라는 편견이 어느 정도 저 전통에 영향을 미친것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으나, 내가 보기에는, 전적으로, 그 따위 이유가 전부일 것으로 보인다. (정확히 말하자면 코러스도 파트가 나뉘는데, 코러스는 부르고 싶은 놈들만 부르게 되어있다는 기괴한 전통에 따른다)
물론, 이 곡은 고교 브라스 밴드부의 부가지만, 당 밴드는 이 곡을 연주하지 못한다. 사람의 기도와 주둥이는 하나씩이기 때문에, 노래를 하거나 관악기를 불거나 둘 중 하나밖에 못하는 게 원칙이다. 그리고 당연히, 부가를 부를 땐 부원 모두가 함께 (밀리터리한 박수를 치며) 부르게 되어있고, 누군가 잘난체하며, 남들 노래부를 때 악기를 불어대어 “그 여학생(the Girl)”의 시선을 독점하는 사태를 고등학생 원숭이들이 용납하는 일은 없다. SKY 지향 비평준 지방 (자칭 명문)고등학교에서 필요한 것은 오로지 쇠와 피인 것이다. 더한다면 각목 정도가 있을 것이다.
나름 캐 보았으나 이 곡을 언제, 누가 만든 것인지, 따로 원전이 있는 것인지 등등에 대해 밝혀낸 바는 없다. 단, 고음부와 저음부를 나눈 것은 적어도 1990년 이후의 일로 여겨진다. 당시 당 고등학교의 존 레논하고 폴 메카트니를 어설피 닮은 음악선생이 그 작업을 하였다(고 한다). 지금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는 잘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