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개점 휴업상태로군. 이놈의 블로그도.

문제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마음의 여유랄까… 라고 하기엔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하다.

뭐, 간만에 그림이나 하나.

Grand Chief Seattle

이걸 그릴 때 뭔가 시애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아마 거기 교민사회가 어쩌고 저쨌다는 이야기였던 것 같긴 한데 잘 기억나지 않고…

그리고 그 때 떠올렸던 게, 원래 시애틀이 인디언 추장 이름이었다던가 하는 이야기. 사실 추장의 이름은 시애틀이 아니고 그 비슷한 이름이었는데 미국인들이 발음하기 쉽게 고친게 시애틀이라는 이야기. 그리고 그 추장은 뭔가 연설을 했고, 그 연설은 땅을 팔라는 미국인들의 요구에 대해 답하는 것으로서 미국 개척시대의 야만성을 까는 내용이었으며, 이후 누군가가 그걸 약간 각색해서 환경론자들에게 인기있는 텍스트가 되었다는 이야기. 정말 시애틀 추장이 그런 말을 했는지 말았는지는 사실 이런 이야기들이 모두 그렇듯이 알 수 없는 이야기라는 이야기.

정작 추장의 연설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말야.

‘어떻게 땅을 사고 판다는 말이냐’ 같은 내용이었지 아마. 뭐 어쨌든 누가 각색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속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말이지. 그럼 단 한 명이 한 이야기를 단 한 명의 인디안 말 해독자가 듣고 영어로 썼다는데 누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누가 어찌 알겠냐. 흥흥. 이야기란 게 다 그런거지 뭐. 아니,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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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왠만해서 이런 건 쓰지 않는데, 아무래도 이번 한 해는 정리를 해 두어야 할 것 같다.

많은 것이 시작되고 많은 것이 끝났다.

전군과 아우가 올해 대학을 졸업했다.
난 올해에도 외시 1차는 붙었고 2차는 떨어졌다.
2차 시험과 결과 발표 사이에 부모님과 함께 제주도에 다녀왔다.
거기서, 난 가급적 결혼하지 않으리란 말을 부모님 모두에게 했다. 잊으셨겠지만.
2차 점수를 보고, 더 이상 고시공부를 계속하는 것은 그만 두기로 하였다.
직후 자전거를 타다가 좌측 후방십자인대를 다쳤고, 넉달간 보조기를 차고 생활했다.
보조기를 차고 생활하는 동안 7급공채 외무영사직 시험 준비를 하였다.
40일 좀 안되는 기간동안 어차피 꼼짝도 못하는 마당에 객관식 문제집들을 들이 팠다.
외영직 1차를 본 뒤 결과가 나오기 전에 법학적성시험을 보았다.
결과적으로 1차도 되었고 법학적성시험도 사실상 전국 50등 이내에 들었던 것 같다.
1차시험과 법학적성시험의 결과 발표 직전에 엄니 모시고 중부유럽 패키지 여행을 했다.
아우슈비츠를 보았다. 머릿속에서 많은 것들이 연결되었다.
다녀와서는 다리 재활한다고 자전거를 좀 타다가 치질이 도져서 수술을 했다.
수술하고 1주일 뒤 항문에 거즈를 꽃은 채 외영직 면접시험을 보았고, 그 몇주일 뒤 로스쿨 면접을 보았다.
외영직 면접은 그럭저럭 되었던 듯 하나 로스쿨 면접에서 다양한 바보짓을 골라가며 했다.
간만에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해 본 나는, 몇년 새 잊고 있었던 여러가지를 다시 생각해냈다.
따라서 외교부에 취직하기로 했다.
로스쿨에 다니라고 강권하실 아부지와 엄니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잠시 고민했다.
결국 로스쿨에서 떨어졌기에 문제는 ‘걷다 보니 해결되었다’.
이후 밥이 결혼했고 깡은 내년 1월에 결혼한다고 하였다.
한 달간 신규채용자 교육을 받고 첫 봉급을 탔다.

말로 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다.

일상다반사 에 올린 글

江湖仁義嘆

중원이라하여 모두 광명과 정대에 의해 다스려지는 것이 아니오, 강호라 하여 모두 무법과 위력만이 판을 치는 곳은 아니라는 따위의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근래 중원의 인심이 척박하고 사나워지는 와중에, 자칭 선량한 중원의 장삼이사가, 강호에 몸 담은 모든 인간 종자는 자살충동에 휩싸인 의도적 살인자요 대량학살자인 양 취급하는 것에 대해서 할 말은 많으나 여기서 그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도 아니다. 다만 그 문제에 대해서는 되어가는 대로 일단 내버려 두는 것 이외에 강호의 일원으로서 뾰족히 취할 행동은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 뿐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강호 협사란 외도(外道). 한편으로 중원의 군세에 압박당하고 다른 한편으로 그들의 정도(正道)를 앞세운 언설에 강호의 협사들이 설 자리를 잃어간대도 그에 대해 이를 악물고 야멸찬 바람이 지나가길 기다릴 일이지, 섣불리 반기를 들어 강호의 협기가 중원의 정리(正理)에 앞서느니, 어쩌니 혀를 세우고 칼을 벼려보아야 허망에 허망을 더하는 허허망망한 일일 뿐이다. 그저 생각건대 강호없는 중원이 어디있겠는가. 지금의 강호가 사라지면 중원의 위정자들은 또다시 제 안팎에서 강호를 찾아 ‘보라, 저것이 강호협도다. 저들이 죽기를 겁낼 줄 모르며 아무나 죽이는 자들이다’ 하여 핍박할 것이 불 보듯 뻔함은 우키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지라.

허나 과연 오늘날 강호 끽협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섬겨 살려 하는 것인가. 어제 우키는 왼 무릎의 고질 탓에 의원에 갔다가 흑의정장을 한 두 젊은 협사로부터 ‘외람된 말씀이오나 두 대의 연초를 풀어 두 젊은이의 숙원을 풀어줍시사’하는 청를 받은 바 되었다. 강호의 도가 당연히 그러한 것인 바 본협은 쾌히 연초의 곽을 열어 두 협사의 청에 응하려 한 즉, 아뿔싸, 공교롭게도 그 안에 있던 것은 외로이 공곽을 지키던 한 줄기 돗대 뿐이었던 것이다.

‘허허. 돗대로군요.’하자 한 협사 왈, ‘아아! 실로 감읍(感泣), 감읍!’하며 본협의 돗대를 취하여 유유히 사라졌으니.

우키는 말한다.

젊은 협사의 간절한 마음과 공손한 예절 무시할 바 아니나 돗대를 취한 협사는 두 개의 과(過)를 범하였도다. 하나는 모름지기 협자된 이가 타 협의 돗대만큼은 취하지 않는다는 인(仁)을 저버린 것으로 이는 작은 과오라 할 것이나, 또 하나는 대동한 흑의사제에게 돌아갈 연초가 없음을 알면서도 찰나의 끽욕에 눈이 멀어 스스로 피울 한 대의 연초를 취함으로 만족하고 사제의 핍난을 저버려 의(義)를 훼기한 것으로 이야말로 큰 과오라. 대저 강호 끽협의 도리란 연초가 모자랄 때 그 진정한 빛을 발하는 것이니, 설령 본협에게 남은 것이 돗대 뿐이라 하더라도 나를 죽여 더 큰 인을 이룬다는 뜻에 따라 본협은 그러한 돗대 쯤 궁한 끽협에게 쾌척함을 신조로 삼는 바이다. 허나 기 협사의 사제를 돌볼줄 모름은 어이한 일인가. 다 큰 양복데기 둘이서 설마 주차장에 숨어 한 대를 돌려 피우기라도 할 셈인가. 이건 뭐 고삐리도 아니고, 그런 사이로 보이진 않았는데 말이야. 정말로 돗대 하나 남은거 준 게 억울한 건 아니야. 난 그냥 담배 가져간 놈 옆에 선 나머지 한 녀석이 너무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그게 좀 짠했던 것 뿐이야. 정말이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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